꽃에게 묻다
한라산 발 밑에 누워 있다
이른 봄 자신의 체온으로 눈을 녹이면서 피어나는
복수초의 노란 꽃
쓸데없는 말,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자꾸 솎아낸다
놔두면 키가 웃자라 가슴을 할퀴는
꽃 옆 잡초 같은 말
말이 많을 땐 누가 도중에 내 말허리를
끊. 어. 주. 겠. 니?
내 마음의 깊은 두메에서 바라보는
아득한 곳의 꽃 한 송이
널ㄹ 붙쫓았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나는 간다
상투성이여 안녕!
한 송이 꽃을 향한 마음이 흘리는 눈물이
노랗게 노랗게 봄눈 위에서 피어난다
한이나 시집, <능엄경 밖으로 사흘 가출>, 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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