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보자기를 들추다
누군가 검은 보자기를 들추고 물 한 바가지 들이붓는다
콩나물시루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잠을 건너 온다
눅눅해진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방구석에 있는 검은 보자기를 들춘다
콩나물들이 젖무덤처럼 봉긋이 솟아 있다
손끝으로 맨살의 유두를 만져 본다
들추지 마라
어머니가 나에게 이불을 씌운다
뚝 뚝 뚝
밤새 내 이불 속으로 물 떨어지는 소리
바랜 목단 꽃무늬 이불 아래에서
나는 부풀어 올라 터질 듯 터질 듯
물 먹은 목단 꽃들이
비릿한 초경이
울컥, 쏟아진다
홍승주 시집, <내 몸을 건너는 만월>,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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