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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할러데이 / 이미산 할러데이 이미산 다시 온 봄이 내 초록의 현을 깨운다 아지랑이 보법으로 실패한 연인이 걸어 나온다 사뿐사뿐 걸었던가요 히죽히죽 웃었던가요 당신은 비지스의 할러데이를 흥얼거린다 떠나자고 한다 비가 자주 내린다는 애틀랜타로 허공으로 사라진 비행기처럼 나는 진추하의 원 썸머 나잇이 흘러나오는 완행기차에 앉아있다 창밖은 초록초록하다 비상하려는 새들의 파닥거리는 날개소리 당신은 이명으로 나를 따라온다 하얗게 지워진 초록이 차곡차곡 내 가방 속에 눕는다 매미소리 끓어 넘친다 땡볕을 짊어져도 숨길 수 없는 하지의 그림자 우리가 세울 수 없는 지구의 기울기처럼 발정 난 고양이들의 축제가 시작된 여기 냉큼 뛰어 오르면 한 걸음인데 일부러 대륙과 대륙의 연애처럼 목이 쉬도록 순간을 늘려 어둠을 익히는 저 울음 아틀란티스에.. 더보기
여인숙 / 이미산 여인숙 이미산 기적이 울리면 나도 모르게 아랫배에 힘을 줬어 멀어지는 서울 친구는 자취방에 없었어 고향에 갔다우, 주인할머니는 고향에서 멀리 온 목소리였고 간판이 고향을 닮아가는 낡은 집이었어 외풍에 코끝이 시렸지만 이불 속은 와락 뜨거웠고 부러진 나를 눕히고 혼자라는 사실을 온몸에 새길 때 희미한 별들이 낯선 벽에서 손을 흔들었지만 감은 눈 자꾸 떠 보는 방 홀로 미라가 되어도 좋을 방 순간에 만년설이 사라져버린 산봉우리 같은 방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에 그를 입히며 평온해지는 연습을 했어 달라붙는 얼굴을 떼어내 개 짖는 쪽으로 던졌어 언제나 다정한 환幻이 민낯으로 내 상념의 구석구석을 닦아 주었어 어둠 속 방 하나가 울고 있었어 계간 2021년 여름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