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함께 2021 봄호 썸네일형 리스트형 모자 모자 이미산 누군가의 음성을 듣고 싶을 때 사람들은 허공으로 모자를 던졌다 모자를 쓰고 웃는 사람 앞에서 거울은 더 솔직해지기로 했다 허수아비가 웃고 있다면 지난 밤 별이 된 사람의 심장을 빌려온 것이다 일생을 모자처럼 살다 간 사람처럼 허수아비가 별빛을 흘리고 있다 지친 여행자의 표정은 신神의 형상이 되고 가슴엔 빈자리가 있다 멀고도 가까운 그곳에 닿기 위해 새들은 새벽부터 노래했다 밀지 좀 말라니까, 한데 엉킨 남자들 여자들 아침마다 지하철을 밀었다 노인은 절뚝거리며 꿈을 빠져나왔다 신神이 허공을 닮았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사람들은 엎드리는 버릇이 생겼다 모자 위에서 놀던 새 한 마리 사라졌다 빌려 쓴 이름 같은 남겨진 깃털 하나 한 사람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다 그의 잠든 발자국들 곧 깨어날 것이므로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