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녀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미산 소시집 『다녀가는 새벽 비』/웹북 <스토리코스모스> 이미산 : 2006년 『현대시』 등단 시집 『아홉시 뉴스가 있는 풍경』,『저기, 분홍』 가을은 돌아보는 계절이다. 내 뒤에 서 있는 그림자는 여름일 텐데, 내가 돌아보면 나처럼 등을 보인다. 진저리치던 무더위의 시간도 뒷모습이 되면 그립다. 가을이 왔고 우리는 잠시 멀어졌다. 급히 놓고 간 킥보드처럼 여름은 나를 찾아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이 낯선 계절을 서서히 밀어낸다. 여름은 잘 보관될 것이고, 다시 여름이 올 것이고, 여전히 진저리를 치겠지만, 활짝 피어날 우리를 나는 벌써 기다리고 있다. 아케론의 강 슬픔을 짊어진 자 그 강을 건널 수 없다는데 나는 하염없이 울었네 강가의 당신께 닿도록 내 울음의 팔 할은 당신의 살아생전 불우에 저항하듯 차곡차곡 출산과 망각을 안고 기도하는 오두막, .. 더보기 창녀 / 이미산 창녀 이미산 그만 자라고 싶었어요 쪼그리고 앉은 인형처럼 바닥에 눕힌 아버지를 끌고 다녔죠 우리의 내일은 붉게 더 붉게 나는 옆집 딸보다 키가 한 뼘 더 컸기에 가슴이 한 줌 더 부풀었기에 빛나는 아버지의 이마가 되고 싶었기에 일찍 어른이 되었죠 일찍 슬픔도 만났죠 슬픔 옆에 쪼그리고 앉아 아버지를 부르죠 아가야, 나는 내 검지를 사탕처럼 빨아요 발가벗고 방바닥을 기어 다녀요 아가야 아가야, 쓸쓸한 아버지들의 군것질이 될 거에요 잘근잘근 씹혀 성난 남근이 될 거에요 내 피로 채운 아버지의 심장 속 아기 울음이 들리시나요 2021년 풍자의 미학 e북 수록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