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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파블로 네루다/ 창작 창작 그림자와 공간 사이, 병사와 아가씨 사이에서, 불길한 꿈을 꾸는 독특한 마음을 가진 나. 지나치게 창백한 얼굴, 시든 이마, 매일의 삶에 화가 난 홀아비의 옷을 걸친 나. 아! 꿈에서 마시는 보이지 않는 물방울, 떨며 잡아보는 모든 소리. 없는 목마름, 차가운 열, 태어나는 귀, 또 하..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동양의 장례 동양의 장례 나는 밤에 일한다. 도시, 어부, 도자기 만드는 사람들, 주홍색 모슬린 천에 휘감겨 사프란과 과일과 함께 태워지는 망자들에 둘러싸여. 이 끔찍한 망자들은 내 발코니 아래를 지나간다, 구리로 만든 피리와 사슬 소리를 내며. 날카롭고 아름답고 슬픈 소리. 독이 든 무거운 꽃.. 더보기
파블로 네루다/우리 함께 우리 함께 태양으로, 밀려오는 밤으로 만든 너무나도 순수한 당신. 그 무엇에도 비겨날 수 없는 당신의 하얀 모습. 타오르는 그대의 풍성한 가슴. 검은 나무로 만든 사랑스런 그대의 왕관. 당신의 외로운 짐승의 코, 어둠의 냄새, 허둥대는, 불가항력의 냄새를 맡는 야생양의 코, 빛나는 무.. 더보기
조시 블리스/파블로 네루다 조시 블리스* 파블로 네루다 죽어버린 사진의 파란색, 꽃잎과 함께 바다로 산책 가는 파란색, 시간에 떨어지는 결정적 이름이 강철같이 내리쳐 세월을 죽인다. 무슨 옷, 무슨 봄이 지나가는가? 무슨 손이 쉬지 않고 젖가슴을, 머리를 찾는가? 세월의 명백한 煙氣는 헛되이 헛되이 계절에 .. 더보기
[스크랩] [김신영]소리의 옹립(擁立) // 소리의 옹립(擁立) 오래되었어, 바위틈에 세들어 사는 내 활자들이 이 거리를 쓸면서 비척거린 지는. 붉은 미진(微塵)이 수목과 큰 강을 지나 길에서 길을 만나 낄낄거렸지 바위산에서는 내 정보가 네게로 넘어가는 소리 화면에 담겨 아우성치느라 그 끝이 환하다 소리에 네가 담겨 오.. 더보기
[스크랩] [이선영]늙은 연인이 온다 // 늙은 연인이 온다 늙은 연인이 걸어온다 내 안에 들어오면 젊어지는 연인 나를 젊어지게 하는 연인 그대로 멈추고 싶다가도, 돌아서면 다시 늙어지는 연인 나를 늙게 하는 연인 자유롭게 늙어 가려고 돌아선 등 뒤로 젊음이 촛농처럼 질질 녹아내리는 연인 나도 따라 녹아내리게 하는 .. 더보기
레바논 감정/최정례 레바논 감정 /최정례 수박은 가게에 쌓여서도 익지요 익다 못해 늙지요 검은 줄무늬에 갇혀 수박은 속은 타서 붉고 씨는 검고 말은 안 하지요 결국 못하지요 그걸 레바논 감정이라 할까 봐요 나귀가 수박을 싣고 갔어요 방울을 절렁이며 타클라마칸 사막 오아시스 백양나무 가로수 사이.. 더보기
물 속의 요람/최형심 물 속의 요람 최형심 파란 침묵이 달팽이를 끌고 갔다. 손톱 밑에 별이 맞물린다. 식은 지붕을 지나가는 새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물방울 대신 물방울무늬 스커트가 흔들린다. 고양이가 밀어놓은 낮잠이 와서 발 아닌 달이 자주 붓는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갈렸다. 뒷벽..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