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 블리스*
파블로 네루다
죽어버린 사진의 파란색,
꽃잎과 함께 바다로 산책 가는 파란색,
시간에 떨어지는 결정적 이름이
강철같이 내리쳐 세월을 죽인다.
무슨 옷, 무슨 봄이 지나가는가?
무슨 손이 쉬지 않고 젖가슴을, 머리를 찾는가?
세월의 명백한 煙氣는 헛되이
헛되이 계절에 떨어진다.
연기가 떨어지는 곳의 이별,
칼 들고 기다리는 놀라운 사건들.
갑자기 뭔가 등장한다.
붉은 피부의 어지러운 공격,
피의 지평선이 떨고 있다. 뭔가가 있다.
장미밭을 흔드는 뭔가가 틀림없이 있다.
밤이 핥아버린 파란색 눈썹,
천대받는 유리 별들, 피부
조각, 흐느끼는 담쟁이덩굴,
강이 모래를 퍼내며 깊이 판 색깔,
거대한 물방울을 만든 파란색.
어쩌면 나는 서글픈 어떤 한탄으로 대기를 울게 하는
거리에 계속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모든 여인들은 말없는 파란색의 옷을 입는 건지도.
나의 날은 나뉘어져 있다.
거기서 나는 황소가 밟은 돌멩이처럼
틀림없이 잊혀진 증인처럼 살고 있다.
파란 망각의 새 날개,
바다는 완전히 깃털을 적셨다.
바다의 酸은 망가져 있다. 창백한 무게의 파도는
영혼의 구석에 산적된 물건들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연기는 헛되이 문을 두드린다.
저기 있다, 저기.
슬픈 배와 함께 먼지가 끌고 오는 키스,
사라진 미소, 새벽을 부르며 손 잡고 흔들던
옷들이 저기 있다.
죽은 여인의 입은 얼굴을, 손가락을, 말을, 눈을
깨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저기 다시 키스가 보인다.
탈색하기에는 너무도 힘든 하늘색 물질로 하늘을
완성시키는 거대한 물고기 같은 키스.
*파블로 네루가다 버마 영사로 있을 때 잠시 동거했던 버마 여자. 말이 통
하지 않는 가운데 생긴 의심과 질투가 과도해져 그녀와 헤어졌으나 그녀와의
이별은 한동안 네루다를 괴롭혔다.
-시집『실론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130~1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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