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태양으로, 밀려오는 밤으로 만든 너무나도 순수한 당신.
그 무엇에도 비겨날 수 없는 당신의 하얀 모습.
타오르는 그대의 풍성한 가슴.
검은 나무로 만든 사랑스런 그대의 왕관.
당신의 외로운 짐승의 코, 어둠의 냄새,
허둥대는, 불가항력의 냄새를 맡는 야생양의 코,
빛나는 무기인 나의 손,
손뼈는 삽, 손톱은 백합,
대지의 힘이 생성되는 바로 그곳에
내 얼굴이 묻히고 내 영혼이 머무른다.
밤이깃들인 너무나도 순수한 나의 눈빛.
그윽한 검은 눈, 강렬한 자극.
쌍둥이 다리를 가진 균형 잡힌 나의 몸은
아침마다 젖은 별들을 향해 오르고,
허기진 입은 당신의 몸과 포도를 깨문다.
남성적인 나의 팔, 문신이 새겨진 가슴에
파고드는 주석 날개 같은 털.
내 흰 얼굴은 강렬한 태양을 위한 것.
의식을 거친 내 머리, 검은 광물로 만들어진 머리.
나의 예리한 이마는 헤치고 나아가는 길.
나의 피부는 농사짓기 알맞게 다 커버린 사내에의 것.
나의 눈은 생명의 소금, 민첩한 결합,
나의 혀는 부두와 배의 부드러운 친구.
하얀 시간 같은 내 이빨, 균형 잡힌 모습.
내 이마를 서늘한 공간으로 만드는 살,
어깨를 감싸고, 눈썹에서 날아간다.
가장 깊은 자극 점을 감춰주는 살,
내 손가락의 살은 장미를 향해 뻗는다.
턱뼈의 살, 풍성한 발의 살.
당신은 별의 계절, 영원한 입맞춤과 같은,
날개 같은, 아니면 가을의 시작과 같은 존재.
그대! 나의 동료, 나의 연인.
빛은 너의 커다란 눈썹 아래에서 잠이 든다.
순한 황소같이 빛나는 눈썹, 둥근 비둘기는
네 안에 하얀 둥지를 만들곤 한다.
이랑진 파도, 하얀 집게 가위 파도.
너의 건강은 화가 난 사과처럼 한없이 뻗어나가고,
너의 위가 듣는 떠는 술통,
너의 손은 밀가루의 딸, 하늘의 딸.
아주 긴 키스에서 돋보이는 너!
격정적인 입맞춤은 너에게 양분을 주고,
불같은 열정, 휘날리는 깃발은
당신의 몸에서 맥박 뛴다, 떨며 올라간다.
너의 머리는 머리카락으로 가늘어진다.
병사 모습의 머리, 그 둥근 머리는
갑자기 무너진다, 선 같은 실로.
칼의 날처럼, 연기의 흔적처럼.
파블로 네루다 시선집 <실론섬 앞에서 부르는 노래> 고혜선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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