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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물 속의 요람/최형심

 

  물 속의 요람

 

                          최형심

 

 

 

  파란 침묵이 달팽이를 끌고 갔다.

  손톱 밑에 별이 맞물린다. 식은 지붕을 지나가는 새들의 발소리를 듣는다. 물방울

대신 물방울무늬 스커트가 흔들린다. 고양이가 밀어놓은 낮잠이 와서 발 아닌 달이

자주 붓는다.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갈렸다. 뒷벽에는 기울어진 소녀들, 눈시울

은 어느새 헐거워 덜컥 손가락 하나를 놓친다.

  가장 긴 장마가 와서 만조에 초대된 영혼들, 포말과 노랑나비는 서로를 모른다. 새

벽과 헤어지는 은어 떼가 입안을 헹구고 간다. 모래알에 마음이 생겨난다.

  바람이 만진 타인의 삶이 이따금 꿈을 지우러 온다. 태중에서 가져온 암전을 꺼내

사용 중이다. 폐공장에서 허공이 분해되고 있다.

  폐선은 삼백 네 가지 어머니를 가진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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