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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개별적인 노을 / 이미산

  개별적인 노을

          이미산

 

 

  강을 건너기 전

  자신의 숨소리에 집중하는 누

 

  기다렸다는 듯

  강 건너엔 노을이 드리워졌다

 

  누군가는 거대한 혓바닥이라 하고 혀의 선천적 감성이라 하고

  바라보는 자의 피로 기어코 완성된다는

  저 붉음

 

  저 아름다움

 

  입술을 핥아본다, 이 짧은 거리,

  분주했던 순간들, 혀로 거두어들인 무수한 숨결들의

  종착지,

 

  하나의 혀가 받아낸 수많은 순간들의

  종착지, 혀에 대한 취향도 없이 다만 극적으로 태어나는

  저 아름다움

  고요한 혀가 고요한 혀로 건너가는 붉음의 역사

 

  몸을 허락한 강물이 서둘러 취하기 시작한다

 

  역류하는 심장처럼

  만취한 노을 속으로 뛰어드는 누 떼

  문득 차갑고

  문득 뜨거운

 

  지금

 

                     계간 <다시올문학>, 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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