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비누가 닳아지듯이
이미산
오래 끌고 온 얼굴 하나가 봄 햇살에 스르르
지워지듯이
어느 결혼식에서 듣는 주례사
사랑은 닳아지듯이
빨랫비누가 닳아지듯이
빨래를 비빌 때
태어나는 거품과 사라지는 거품과 구멍 숭숭한 어깨와
희미해지는 미소
평생 비벼낸 거품들 꽃비로 돌아오는 봄날
이마가 반짝반짝 눈동자 그렁그렁
춤추며 재회하는 동그라미들
한 번 더 사랑하려는
당신 또 당신들
계간 <다시올문학>, 2020년 여름호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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