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녁
이미산
누가 공중에 거대한 솥단지 걸어놓았나
거기, 튀어나가기 위해 웅크린 참깨처럼
볶아지길 기다리는 나와 모르는 사람들
지구 반대쪽에서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그리고
문간에 서있는 아버지의 부릅뜬 눈
달궈지는 발바닥과 몸을 문질러 확인하는 달콤한 공기
통과하라! 빙하에 갇힌 어둠의 심장에 빗금을 그어라
휘감기는 어둠이 빛 하나 내어줄 테니
밤의 입술로 빚은 춤추는 그림자들
손 내밀어 가능한 밤의 매혹
참깨가 튀는 방향이면 어디든
계간 <시인정신>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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