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아! / 로르까

 

 

     아!

 

         페데리꼬 가르시아 로르까

 

 

  아! 외마디 비명소리 바람소리 속에

  사이프러스 그늘을 드리운다.

  (나를 이 벌판에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세상의 모든 것은 다 부서지고 말았다.

  남은 것은 침묵.

  (나를 이 벌판에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빛을 잃은 지평선을

  타오르느느 불길이 물어뜯는다.

  (제발, 나를

  이 벌판 속에 홀로

  홀로 울게 내버려다오.)

 

 

 

  * 로르까의 시는 어디를 뒤져도 죽음이 묻어난다. 로르까에게 자연사는 없다. 자연사?

있을 수 없다. 모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항상 뜻밖이다(옥따비오 빠스). 죽음은 항상

사고다. 100살에 죽어도 나의 죽음은 너무 빨리 왔다. ...............

................

  죽기 10년 전에 쓴 <아!>라는 시를 보면 시인은 그리스인들의 말대로 '예언자'다. 로르까는

이외에도 자신의 죽음을 예언한 시들이 많다. 벌써 10년 전 자신이 민병대 정보원에 의해 총

살당할 걸 알았다.

 

 

      안또니오 깜보리노

 

 

  나는 이제 죽으러 가는 몸.

  성모를 기억하라.

 

  아, 페데리꼬 가르시아

  이젠 정보원을 불러라!

 

 

  죽은 로르까가 슬픈 게 아니라 시인들이 슬프다. 모든 시인은 죽음과 대결한다. 죽음을 테마로

써서가 아니다. 쓰기 때문이다. 소설도 쓴다. 그러나 소설은 리바이벌이다. 죽을 때 제일 슬픈 사

람은 소설가다. 자기가 누구라고 이야기하려면 열 권의 책을 보여줘야 되니까. 시인은 죽을 때

'아!' 하나면 로르까 정도의 시인은 된다.

                                         민용태 지음,『로르까에서 네루다까지』, 35-36쪽.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의 죽음 / 릴케   (0) 2011.07.26
구겨지고 나서야 / 유병록   (0) 2011.07.18
꼬르도바 / 로르까  (0) 2011.07.05
우리는 다만 껍질이며 잎사귀이니까요 / 릴케  (0) 2011.06.23
계속 웃어라 / 임승유  (0) 2011.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