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만 껍질이며 잎사귀이니까요
릴케
우리는 다만 껍질이며 잎사귀이니까요.
누구나 스스로 갖고 있는 위대한 죽음,
그 죽음은 그 주위에 모든 것이 돌아가는 과일입니다.
그것을 위해 소녀들은 일어나서
라우테+에서 한 그루 나무처럼 나옵니다.
소년들은 그녀들을 그리워하다가 어른이 되며
여인들은 누구도 받아줄 수 없는 불안에 대해
자라나는 사람들을 위한 신뢰자가 됩니다.
오래전에 지나간 것일지라도
그 과일을 위해 관조된 것은 영원히 그럴 것처럼 남
아 있습니다.
형성하면서 세우는 자는 누구나
이 과일 주위에서 세계가 되어버렸고, 얼리고 또 녹
이면서
과일에게 바람을 일구며 한편 햇빛을 쪼여줍니다.
그 과일 속에 아주 따뜻한 심장과
뇌수의 하얀 반짝임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당신의 천사들이 또한 새떼처럼 날아와서
과일들이 모두 푸른 것을 알아봅니다.
* 라우테 : 최고의 현
- 릴케 시집 『검은 고양이』, 민음사, 1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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