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죽음
릴케
그는 누워 있습니다. 반듯한 그의 얼굴은
가파른 베개 위에 창백하게, 그러나 결연한 모습이
었습니다.
세상이며, 세상살이의 지식은
그의 감각 속에서 벗어나졌고
그 다음으론 무심한 세월로 되돌아왔습니다.
그가 살았을 때를 본 사람들은
어느만큼 그가 이러한 일의 유일자인가를 몰랐습니다.
이 깊은 계곡, 이 넓은 초원, 그리고 이 물이야말로
그의 얼굴이었으니 말입니다.
오, 그의 얼굴은 이 온세상.
이제 세상은 그에게 가서 그를 얻으려 합니다.
지금 두려운 표정으로 죽어가는 그의 낯은
공기에 닿아 썩어가는 한 과일의 내부처럼
부드럽게 열려져 있습니다.
『검은 고양이』, 릴케, 김주연 옮김, 민음사,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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