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經 · 44
누가 우그러든 양은솥 밑바닥을 득득 달창 숟갈로라도 긁는가.
허공에는
설 누른 밥티처럼 켜켜로 일어서는 것, 무시로 떨어지는 것,
저 묵음 처리 잘된 낙화들
발 디딜 틈 없이 떴다.
성근 묏비 속에 비설거지 채 못 한
왕벚나무들이 열어놓은 양은솥들, 양은솥들,
박정자 삼거리에서 동학사 입구까지의.
지금도 그 큰 솥에 다시 안쳐서 삶는 것은
죽음인지
시간인지
뒤적대는 빨래 주걱으로 수수십 동 종이 빛 인조견 건져 널고 있는데 ······
생전의 김구용이 읽다 만 목판인가.
끝끝내 해독 안 된 자구(字句)들 며칠째
절로 들어가는 마음 길에
제법 폭우처럼 쏟아진다.
홍신선 시집, <우연을 점찍다>, 89쪽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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