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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그랜드파더 클락 세븐맨 / 성향숙

 

 

 

 

 

 

그랜드파더 클락 세븐맨*

                                                           성향숙

 

 

  일곱 마리 굴뚝새의 합창 들어봤어? 무심코 들여다보면 마치 한 마리가 노래하는 것 같은, 일곱 남자가 들어있는 시계 뱃속. 일곱은 너무 많아 엉덩이끼리 부딪히고 머리를 박는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 남자들의 움직임은 일초씩 완성된다. 보일까 말까 남자만 일곱 거느린 사내. 자주 배가 고프다. 이것은 살아있는 자의 절대적인 비애다.

 
  다섯 시 정각에 알람이 울리면 눈뜨지 않고 즉시 소리를 죽일수 있다는 것, 반복학습의 결과지. 변기 앞에 삐딱하게 서 마지막 한 방울의 오줌을 털어내야 비로소 사내의 의심스런 아침이 혐의를 벗는다. 늦거나 이르거나 상관없이 하루는 시작된다. 약간의 잠 흔적과 서서히 풀어지는 햇살이 오후와 연결되면 자기도 모르게 오후를 닮는, 프레스는 습관적으로 바닥을 친다. 헐렁한 뱃살에 저항하는 벨트를 연결하고 온종일 몸을 흔들어주어도 열한 시에 벨 눌러달라는 연서는 가슴을 울리지 않는다. 젖꼭지 같은 초인종을 눌러도 여자가 연상되지 않는다. 두근거림은 젊음의 특권인가? 급할 것도 서두를 것도 없이 열린 문을 닫아 건다. 허공에 매달린 전등에 목을 매달고 눈뜬 밤을 자살하는, 짧은 타악기소리와 함께 열두 번의 괴성을 한꺼번에 토하는 사내. 그 소리는 내면의 일곱 남자가 한꺼번에 우는 울음이라는 걸 누가 알까? 투명한 어둠 속에서도 모습을 드러내고 죽었다가도 다시 정확한 박자를 세는 세븐맨.
 

  일초도 쉬지 않는 움직임은 천백 시간 이어지고 쌓이는 먼지처럼 또 배가 고프다. 하루는 지루하다. 흰 머리칼 무성한 사내는 기약 없는 연서를 보내듯 왕성한 식욕을 드러낸다.

 


                                      *시계박물관에 전시된 시계. 시계부품 곳곳에 사람 모형이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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