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시

그리운 습격 / 천서봉

 

 

     그리운 습격

                                      천서봉



파편破片처럼 흩어지네, 사람들
한여름 처마 밑에 고드름으로 박히네. 뚝뚝,
머리카락 끝에서 별이 떨어지네.
흰 비둘기 신호탄처럼 날아오르면
지상엔 금세 팬 웅덩이 몇 개 징검다리를 만드네.
철모도 없이, 사내 하나 용감하게 뛰어가네.
대책 없는 시가전市街戰 속엔 총알도 원두막도 그리운 敵도 없네.
마음 골라 디딜 부드러운 폐허뿐이네.

빵 냄새를 길어 올리던 저녁이
불빛 아래 무장해제 되네. 사람들,
거기 일렬의 문장처럼 서서 처형되네.
교과서 깊이 접어 둔 계집애 하나 반듯하게 피었다
지면 사랑아, 모든 첫사랑은
아름다운 패배였을까.
나는 홀로 건너가는 殘兵처럼 남아,
빵집 앞 사거리 침묵이 침묵을 호명하는 낮은 소리 듣네.
어둠이 빵을 굽고 그리움 외등처럼 부푸네.

소나기의 습격을, 누구도 피할 수 없네.

 

 

 

 

****************************************************************

 

 

 

 

  저물 무렵, 문득 찾아오는 그리움, 그것이 꼭 첫사랑에 대한 것 뿐이랴 소나기로 쏟아지는 습격, 도시의 번잡함이란 아랑곳 없이 혼자 느끼는 극도의 적요, 내면에서 벌어지는 이 치열한 접전, 생각하는 갈대의 인간, 생각의 범주란 무한하고 무한하여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고요한 습격이다 

 

 

 

'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의 위치 / 김행숙  (0) 2009.05.07
봄 바다에서 / 박재삼  (0) 2009.05.06
갈대 등본 / 신용목  (0) 2009.04.27
내가 죽거든, 사랑하는 이여 / 크리스티나 로제티  (0) 2009.04.21
몽혼(夢魂) / 이옥봉  (0) 2009.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