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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및 리뷰

<시와편견> 2018년 가을호 편집 후기

   편집 후기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더위에 관한 거였죠. 더위는 활동의 제약은

물론 입맛, 수면, 휴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혹서에 갇힌 인간은 무력하지요.

 

   덥다는 것은 여름답다는 것입니다. 절정은 곧 하강이 다가옴을 암시하지요. 이 더위가 가고 각도가

다른 햇빛을 맞이할 때 우리는 또 무엇을 이야기할까요===>(인쇄사정에 의해 삭제함)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원한 계절이 오면 지난했던 더위를 떠올리겠죠.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어떤 고통처럼. 지나갈 것이라는 예측과 지나갔다는 현실은 다릅니다. 한편 정직한 시간

은 존재의 유한성을 부각시킵니다. 시간과 존재가 만나 발생시키는 뭉클한 것.

 

   롤랑 바르트가 말한 화살처럼 꽂혀오는 어떤 강렬함은 심연에 얼룩과 흔적을 남깁니다. 인간은 이

것을 기록하려 하죠. 이때의 강렬함은 관습적인 습관에서 벗어날 때 가능한 새로움일 것입니다. 관습에

 의해 공유되는 의미인 스투디움을 벗어나는 것, 나아가 고유한 경험과 충돌하여 나만의 의미를 발생

시키는 것, 이것이 푼크툼을 만나는 관건이겠죠.

 

   시가 탄생하는 과정처럼 한 권의 잡지가 세상에 나오려면 여름을 통과해야합니다. 이 잡지가 독자를

만날 땐 글쓰기에 좋은 계절이겠군요. 각자의 여름이 <시와 편견>을 만나 푼크툼의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미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