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후기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대부분 더위에 관한 거였죠. 더위는 활동의 제약은
물론 입맛, 수면, 휴식에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혹서에 갇힌 인간은 무력하지요.
덥다는 것은 여름답다는 것입니다. 절정은 곧 하강이 다가옴을 암시하지요. 이 더위가 가고 각도가
다른 햇빛을 맞이할 때 우리는 또 무엇을 이야기할까요. ===>(인쇄사정에 의해 삭제함)
시간의 흐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이제 시원한 계절이 오면 지난했던 더위를 떠올리겠죠. 물러설
것 같지 않은 어떤 고통처럼. 지나갈 것이라는 예측과 지나갔다는 현실은 다릅니다. 한편 정직한 시간
은 존재의 유한성을 부각시킵니다. 시간과 존재가 만나 발생시키는 뭉클한 것.
롤랑 바르트가 말한 ‘화살처럼 꽂혀오는 어떤 강렬함’은 심연에 얼룩과 흔적을 남깁니다. 인간은 이
것을 기록하려 하죠. 이때의 강렬함은 관습적인 습관에서 벗어날 때 가능한 새로움일 것입니다. 관습에
의해 공유되는 의미인 ‘스투디움’을 벗어나는 것, 나아가 고유한 경험과 충돌하여 나만의 의미를 발생
시키는 것, 이것이 ‘푼크툼’을 만나는 관건이겠죠.
시가 탄생하는 과정처럼 한 권의 잡지가 세상에 나오려면 여름을 통과해야합니다. 이 잡지가 독자를
만날 땐 글쓰기에 좋은 계절이겠군요. 각자의 여름이 <시와 편견>을 만나 ‘푼크툼’의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랍니다. (이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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