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송찬호
나는 천둥을 흙속에 심어놓고
그게 무럭무럭자라
담장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기를 바랐으나
천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로만 훌쩍 커
하늘로 돌아가버리고 말았다
그때부터 나는 헐거운 사모思慕의 거미줄을 쳐놓고
거미 애비가 되어
아침 이슬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언젠가 다시 창문과 지붕을 흔들며
천둥으로 울면서
떠나갈 수밖에 없다면,
내 그 장미의 목에
맑은 이슬을 꿰어 걸어주리라
<시산맥> 2012년 가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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