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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기다란 팔/ 문복주

기다란 팔

                     문복주

 

 

 

누가 나를 안을 때

나는 기다란 팔을 생각한다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폭 안고 캄캄한 세상을 건너

내가 눈을 떴을 때

놀라운 세상이 나타나는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

나는 지금도 잠자면서 기다란 팔을 가진 사람이

나를 안고 어딘가로 날아가는 것을 꿈꾸며 잔다

숨쉬기도 힘들게 나를 껴안고

꽃이 가득 핀 저 세상으로 너를 데려다줄게

말하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

아직도 기다리며 나는 잠든다

 

                            문복주 시집<철학자 산들이> 수록

 

 

  "눈을 떴을 때/놀라운 세상이 나타나"는 그 기다란 팔에 안기는 상상은 즐겁다. 시적화자는 "기다란 팔과 날개를 가진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하지만, 나는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희망이면서 절망이고 꿈이면서 죽음인 그것, 실존의 고통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만나는 그것, 위기의 돌파구이며 순간을 견디는 위안으로서의 그것, 어쩌면 시인이 키우는 '산들이'가 그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계간 <<시산맥>>, <시집 속의 시 읽기> 이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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