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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의인화 / 이수명

 

 

    의인화

                    이수명

 

 

 

 

  순식간에 얼굴은 이루어지기에 지상에 거처를 가지

지 않는다. 몇 개의 면이 서로 닿았는가. 너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랑한다. 입술이 없이 말이 흘러나오는

밤이어서 밤 대신 목소리를 저지를 것이다. 나무에

녹는 나뭇잎이 적절하다. 나뭇잎을 덧붙이기 위해 나

무의 무관심이 적절하다. 미리 잠드는 버릇이 이렇게

환하다. 머리맡이 가늘게 찢어진다. 어쩌면 이런 문

턱, 다른 표시에 베일 것이다. 너라는 표시에 연루될

것이다. 내가 베어 물었을 때 너는 썪으려 한다. 단

한 차례의 생애에서 우리가 의인화되는 순간이다.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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