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복합미술공간 아트스페이스 _ Art Space )
한 개의 붉은 사과
조정인
하루가 다 젖어 비를 듣는 귀란 빗소리의 얼마나 더
낮은 데로 흘러가는 귀일까 사라진 것들의 옅은 행적을 따라
가을의 큰 사각형, 페가수스 네 변이 사과의 둥근 틀에 내려와
마지막 조율을 마친 그 후 였다 사랑이 어느 순간 무거워져
불현듯 휘고 또 굽이쳐 온몸이 물소리를 낸 건
분첩으로 눌러 고친 울음의 흔적 너머, 벙어리여자의
모음만으로 얽어진 고백을 들은 것 같았다
당신에게서 정물처럼 생략되고 있는 한 심장이
식탁 모서리에 사뭇 용기를 내서 올려놓은
바람의 분배와 그늘의 밀도가 치우친 까닭에
살갗이 트고 한쪽으로 이울어진
고요한 球
당신이라는 중력에 닿고서야 멈추는 붉은 운행 오오, 창문을 젖혀
축포처럼 새떼를 날리려는 흰 손의 모반
입을 다문 채 말갛게 올려다보는 시선과 스치는 건 조금
아픈 일이다 무풍의 잠잠한 표정 뒤로 소용돌이치는 명랑과 우울의
난기류가 읽히는 일은
—《현대시학》2009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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