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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여자의 바깥 / 여태천

 

 

 

      여자의 바깥

 

                                               여태천

 

 

 

  한 여자가 울고 있다.

  그러니 여기 이 말은

  은전히 그 울음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여자의 울음이 어디를 가리키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날렵한 눈과 시원한 이마를 지나

  점점 커지는 여자의 둘레

  쌓이고 쌓인 여자의 바깥을 천천히

  눈물이 덮고 있다.

 

 

  여자의 가늘고 긴 손가락이 공손하게 쓸어올리는

  저 검은 머리카락이 조용히 빛날 때

 

 

  나는 마지막인 것처럼 어둠 깊숙이 손을 넣어

  여자의 차가운 가슴을 만져본다.

 

 

  단 하나의 문장도 완성할 수 없는

  납작한 감정

  어느새 다 새어버린 여자가 바닥에 누워 있다.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만큼

  평평해진 여자가

  젖은 눈을 깜빡인다.

 

 

  떨ㄹ는 손가락으로도

  파닥거리는 목덜미나 가냘픈 입술로도

  재구성할 수 없는 여자

 

 

  오직 기우뚱한 침묵으로

  문장을 만드는 여자

 

 

  나는 그 여자의 바깥에 서서

  열심히

  한 여자의 크기를 재고 있는 것이다.

 

 

                                           <창작과 비평> 201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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