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
이미산
내 안에서 위구르, 위구르, 한다
가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데
타클라마칸 - 한 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곳, 위구르 語
나의 위구르는 여기서 시작된 듯한데
이 고독한 단어를 품고 사는 내 안의 위구르사람들
봄은 느닷없이 와있어
화창이 화살처럼 쏟아져
나는 또 위구르, 위구르, 한다
묵은 어둠이 이국의 풍경처럼 지나간다
가본 적 없는 본적지를 눈알로 만지작거린다
평생을 구부리며 살다간 그림자 무리들, 삿대질 한 번 해본 적 없는, 그때마다 쩍쩍 갈라져 구부러진 방향을 혼자 견디었을
길이 또 꿈틀거린다
늙은 눈썹이 떨린다
까만 눈동자 늙지 않고
깜빡일수록 사막을 건너온 바람이 언덕에 부딪쳐
캄캄한 빛을 만들어낸다
다시 하루, 다시 봄
다시 만나는 것들 너무 밝고 너무 어두워
목구멍에서 활짝 핀 어둠이 왈칵 쏟아진다
온몸에 번지는 검은빛 화살
감당할 수 없어 나는 또 위구르, 위구르, 한다
격월간 <정신과표현> 2010. 1-2월호 수록
계간 <시향> 2010.봄호 재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