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이미산
꽃잎이 겹쳐지는 배경에는
천둥이 치고 번개가 인다
오래 묵혔다 쏟아내는 마음의 피,
너의 몸에 쓱쓱 문질러져
내 안의 깊은 곳으로 흘러들고 싶었다
숨겨놓은 열매이고 싶었다
맛있는 사과처럼 네가 아삭아삭 씹힐 때
서로의 몸이 되는 상쾌한 반전
그 너머에서 웃고 있는 너, 그 한 줌
큰 호흡으로 불러내
턱이 빠지도록 우적거리다가
우기적거리다가
허공 한 귀퉁이 끌어안고 마음 다지는
생생한 낮달의, 피 칠갑이 되도록
너와 나의 살덩이 깨물고 또 깨물어도
치유되지 않는 이 붉은 소요
한 줌 낮달의, 꼭 그만큼의
절대영역, 그것을 끌어안는 지극함으로
내가 나를 위로하는 것이다
한없이 먼 경계를 당겨오는 것이다
꽃잎이 천천히 겹쳐지는 배경에서
월간 <현대시> 2010. 1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