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용
이미산
한주일 내내 한 가지 생각에 매달렸다
애써도 소용없는 생각들
항아리 소용, 궁글막대 소용, 존재의 작은 쓰임새 소용, 하찮은 용기 소용,
내가 당신을 부를 때의 소용, 달려온 당신이 내 주변을 서성이는 소용, 생생
해라 나를 보고 웃는 소용, 당신에게만 향하는 내 충실한 혈관 소용, 당신이
바라보는 지금의 나 그 소용
辭典 속에 누워있는 소용은
한 백년쯤 삭힌 절실일까
내 어지러움 십년이면 어느 소용의 뼛조각 하나
될 수 있을까
한 번 더 불러본다 소용아
검은 비닐 속에서 부패중인 어제,
오늘은 담장을 기어오르는 장미,
어느 것이 한 시절을 풍미한 기생의 입술이며
어느 것이 겨우 도착한 미풍의 안부인가
칠이 벗겨진 초록대문 너머로
지친 개는 엎드렸다 긴 하품 속으로
당신과 나 사이가 말려들어간다
2009년 여름 어느 오후를 지나는
나의 소용에 그림자 드리우고
다시 시작되는 뒤척임
부패한 소용이 떠날 때
내부는 한껏 부풀어있었다
뼈다귀들 쫑긋 귀를 세웠다
월간 <현대시> 2010. 1월호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