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치노의 허수아비*
이미산
자다 깨어나 달빛에게 묻는다
그곳은 마땅히 가야할 마지막 지점일까
스무 살에 떠나온 그곳은 변함없겠지 내 여자도 얼굴도 모르는 내 아이도 나를 기다리겠지 나의 유일한 그곳이므로
새떼는 비웃듯 내 머리 위로 찌익 똥을 갈기며 날아가곤 하지만
담배연기 깊숙이 들이밀어 오래된 시간들 만져본다 기다릴거야
그렇다 아니다 쓰레기더미에 핀 민들레꽃이 잠에 취해 중얼거린다
그곳은 욕설의 골목을 오래 어슬렁거린 후에야 나타난다
노숙의 지친 그림자가 뿌리내려 싹을 틔우는 곳, 마지막 꽃대를 밀어 올리는 쓸쓸한 설렘이 있는 곳,
터닝 포인트는 낯선 골목에서 우연히 만난다
그곳을 갖게 된 자는 마지막 남은 성냥 개피로 낯선 사내에게 담뱃불을 붙여준다
푸른 달빛의 밤이면 미치도록 그곳이 궁금하다
질문은 이어져 그곳에 관한 진실과 허구의 이분법이 팽팽하게 과거를 물어뜯는다 비쩍 마른 몸뚱이를 푸른 달빛에 보란 듯 걸어놓는다 생을 통째로 난도질하며 달빛 속을 뛰어 다닌다
다시 달빛에게 묻는다 너는 모든 잠 못 드는 방안까지 들락거릴 테니까
불면의 틈새마다 내려앉는 동아줄처럼 그곳은 잠든 아이 곁에서 이 적막한 달빛을 보고 있을 테니까
그곳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다 아니다 그렇다 아니다......
중얼거림이 토사물처럼 흩어진다
달빛은 무섭게 타올라 사내는 우는 아이의 손을 잡고 이른 하루를 시작한다
그곳이여 오늘도 안녕하시길
부디 내 생의 가장 마땅한 지점이길
* 진 해크만, 알 파치노 주연의 영화 scarec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