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D.C마트에서 헤매다
이미산
전등불 만발한 이 지하엔 안개 같은 욕망이 스멀스멀 피어나지 어깨가 한껏 펴지고 무거운 하루가 맨발처럼 가뿐해져
심심한 날들이 거꾸로 벽을 타고 오르다 환한 모서리에 부딪쳐 시간으로 쪼개지고 수많은 눈동자가 되어 기둥으로 천장으로 나비처럼 날아오르는 거야
갑자기 눈이 부시면 갈색 연두색 붉은색 선글라스 기분대로 선택할 수 있어 변하는 세상이란 얼마나 홀연한지 층층이 쌓인 저 색색의 빛나는 것들 내 눈동자의분열된 비행처럼 가볍고 가벼운 거라
바닥에 주저앉아 혹은 가파른 벽에 매달려 기도하는 등짝을 한참동안 바라보네 저 원색의 심장 하나하나 끌어안고 마구 키스하고도 싶지만 이 은밀한 관계가 깨어질까 두려워
가벼운 것들의 틈에 끼어 거울을 보면 숨어있는 배경이 튀어나오지 오래 전에 심은 백일홍 아침마다 당신의 하얀 찻잔위에서 붉은 춤을 추고 담장을 넘어간 장미꽃들 구겨진 앞치마 속에 옹기종기 모여 있지 동박새 휘파람새 방울새 창문 앞에서 당신 이름을 부르고
들여다보면 생이 그리 지루한 것 같진 않아 아직 발설되지 않은 서로 다른 비밀들 손금처럼 숨어있어 그 하나하나의 손목 언제 다 잡아본담
틈새마다 고인 그리움 외로움 따위 필요한 만큼 미니어쳐에 담아 당신의 겨드랑이로 부쳐줄 수도 있어 눈물 없이도 보름달은 뜨고 그림자 잘린 태양이 범람하는
여긴 밥보다 공기보다 환상이 비싸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07. 5-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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