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이미산
사랑이 껍질을 벗고
‘잤다’라는 사실만이 남겨질 때
거울 속에서 유영 중인 홀로
심해는 깊을수록 환하다
피를 훔쳐가는 모기는 순간적이다 태연한 척
그렇게 남겨지는
오랜 만이야,
우리 아는 사이잖아,
그 순간 진실했다면 사랑은 사실적이다 평온한 척
‘잤다’라고 말할 때
길에서 말라가는 지렁이들
떠도는 한 쌍의 순간들
수치를 방어하는 몸은 비사실적이다 의연한 척
누가 말했나 홍어의 나르시시즘에 대해
심해의 고독이 빚은 우아한 춤에 대해 조각조각 잘려 접시에 놓인 몸에 대해 누구는 음미하고 누군가는 뱉어내는 한 조각에 대해
어떤 사랑에 대해
어떤 진실에 대해
잤냐?
잤냐구!
그러니 너무 다그치진 마
<시터> 동인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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