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이미산
그때 나는
그리움은 먼 곳에서 온다고 믿었다
바람이 부려놓는 그곳의 냄새
눈가에 드리우는 그곳의 실루엣
모르는 당신이
내 몸에 찍는 발자국들
그리하여 내 안으로 당신을 들인 그날
눈물이 났다
우연이 우연의 옷자락에 닿아 오늘이라 불리듯
가까워도 닿을 수 없는 먼 곳이 있다
손을 뻗어 긴 팔을 키워내는
가려운 등도 있다
가장 먼 곳의 별빛으로 제 몸을 식히는 지구별처럼
한쪽 발을 물에 담그고 나의 전부를 생각했다
한 번의 외출이 탕진한 사라진 발자국들 불러보았다
당신이라는 눈물만이 또렷해지는 즈음
다시 오지 않는 그날과
다시 그리워할 수 없는 그곳 사이
눈물의 이후가 시작되었다
계간 <모:든시> 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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