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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한다* / 이미산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한다*

 

     이미산

 

 

   처음 가는 골목이었다

 

   도라지 껍질이 노련한 칼날에 벗겨지고 있었다

   발가벗은 몸이 처음의 그날로

   회귀하고 있었다

 

   칼이 나를 따라왔다

   스콜 대신 설탕이 쏟아졌다

   유예된 떨림이 금단의 열매처럼 반짝거렸다

 

   웃고 있는 장미는 누군가의 유혹

   기다리는 지붕은 누군가의 허기

 

    두 개의 칼이 대립했다

   칼 박물관 순례를 마친 눈빛이었다

   짜릿하거나 까마득한 뼈의 기억이었다

   설탕에 절여진 내가 해맑게 웃고 있었다

 

   가려운 장미는 어둠이 되었다

   궁금한 지붕은 눈물이 되었다 

 

   반짝거림 이후는 내일이 되었다 

 

 

       *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제 1부 머리말에서


               월간 <현대시>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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