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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작가론/이미산


  작가론


         이미산

 

      

   팥빵 한 개였다

   단맛을 찾아가는 정오의 빵집

 

   맛은 신혼보다 구체적이다

   육교에 올라 바라보는 맛의 풍경들

   아이는 재잘거림으로 자라고 자동차는 길고 짧은 경적으로 달아오른다

 

   여보와 자기야 사이에는

   맛의 이상기류가 흐른다

   어쩌면 신혼의 필요조건은

   단칸방에서 홀로 즐기는 자위이거나

   뭉그러진 팥들이 혀에 엉키는 순간의 재생인지도 모른다

 

   새가 움켜쥔 나뭇가지에 새의 체온이 이식되기 전까지는

   각자의 현재이듯이

   저마다 감각이 다른 혀의 자극은

   고무되어야 마땅하다

 

   단맛은 그렇게 태어났다 애틋하지만 가혹한

   신혼의 방식으로


   담장과 처마를 이어 만든 부엌에 늑대울음이 차오르는 새벽

   에덴의 기억들이 개다리소반을 폈다 신부의 눈물이 뜨거운 국물로 변신하는

   동화의 세계는 현실이거나 상투적이므로

 

   때때로 단맛을 서두르다 불가능한 문장이 되었고

   꽃샘이라는 카메오가 지나간 후

   함부로 도취하지 않는 혀가 완성되었다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201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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