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비
이미산
바람이 막 도착했다
웅크린 등을 만지며
낙엽이 솟구쳤다
구겨진 주소처럼
묵은 때와 함께
숨이 마를 때까지 엎드려 기다렸다
온전한 날개는 무겁고
등에 눕힌 집은 가벼울 테니
방향이 사라진 밤을 통과한다
취하지 않는 술판을 건너간다
바닥이 내어준 이불에 원 없이 잠들 수 있겠다
상자 속 태양도 꾸덕꾸덕해졌으니
직조된 잠은 단단하고
미소는 어디든 닿을 수 있다
기척 없이 저문 하루와 기별 없이 찾아오는 새벽 사이
추락하기에 충분한 뭇별들
스스로 날개가 되었으니
바람보다 멀리 갈 수 있겠다
<다시올문학>, 2017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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