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름
이미산
나무 한 그루가 낳은 귀의 개수는 나무도 모르는 일
이파리 하나가 비워내는 소리의 종류는 귀도 모르는 일
바람이 물었다
하나의 귀 속엔 몇 개의 귀가 살고 있니
울면서 공원을 돌던 여자가
샛길로 빠져나갔다 귀퉁이가 찢어진
귓불이 발갛게 익은
고요가 남겨졌다
귀지를 파다 잠든 미소가
고요의 후기처럼 깊어간다
미소가 담을 수 있는 잠의 부피는 고요도 모르는 일
이파리가 깨울 수 있는 여름의 종류는 유령도 모르는 일
초록이 난무하자
절뚝거리는 웃음이 서쪽으로 건너간다
막 태어난 울음이 정면에서 다가온다
계간 <미래시학> 2017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