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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문득/이미산]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문득/이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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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이미산 청소기의 소음에서 따르릉 따르릉 쏟아지는 수돗물에서 딩동딩동 스위치를 끄면 침묵뿐인데 누가 자꾸 나를 부르나 생각에 잠긴 빛살 좋은 오후, 처음과 끝이 만나고 있다, 소음이 고요로, 고요가 소음으로 언젠가 내 몸을 떠나간 목소리인가 수없이 발설한 호흡인가 빛으로 소리로 몸을 바꿔 돌아왔나 한 소리가 고요가 되기까지, 다시 소리가 되기까지 길고 짧은, 밝고 어두운, 무겁고 가벼운, 서로 다른 그 주기가 나를 만든다 토막 난 생선을 씻을 때 피가, 내장이, 비늘이, 몸에서 분리될 때 물소리에 집중하는 생선의 눈알, 파도에 맡겨진 몸과 분리되어 떠나가는 몸 사이에 남겨진 생각들 몰려든다 이 눈알에 갇혀 나는 오래전 어떤 행위를 기억해낸다 그곳에 두고 온 내 영상의 안부, 그리고 지금 한 몸을 분리시키는 구실의 당위성과 저 지극한 눈동자의 역설 쉼 없이 흐르는 물의 감촉에서, 지루했던 한 얼굴과 초점 잃은 눈동자 속에서 삭아가는 나를 만난다 초인종을 누르고 숨어서 지켜보는 아이의 몸속에 차오르는 초조 같은, 멀쩡한 대낮이다
    http://cafe.daum.net/sogoodpoem 오늘의 좋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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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옹달샘
글쓴이 : 옹달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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