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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청춘/이미산

 

청춘

              이미산

 

 

 

 

자정 근처에 서성이며

차가운 맥주를 마셨다

 

시간이 납작해지니 정신이 말짱하더라

나선형으로 흘러가는 인파가

별의 숨소리를 흉내내더라

 

비대칭의 웃음이 초조(蕉燥)를 감출 때

별들의 통증으로 이해해야 했을까

 

무언가를 놓치고서야 꽃이 된다는 것

근사하지 않은 가능성을 재촉하는 깃털 같은 목소리를 얻는다는 것

 

노래하는 그림자

서성이는 발자국

목마른 자정의 비상구였을까

 

눈 감으면 그곳이 부풀어올랐고

눈 뜨면 뚜벅뚜벅 걸어오는 발소리

기다림이

기다림이

 

나를 기억한다는 그곳이

발밑에서 납작해진 참 좋은 때의 가설이

 

 

                 반년간지 <시에티카>, 2016년 상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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