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골
이미산
발꿈치 세우고 어딜 가니
어린 발꿈치가 더 어린 발꿈치 따라
한 계단 또 한 계단
발꿈치 속에는 무엇이 있니
열한 살의 아이가 깡마른 다리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우리는 명랑한 발꿈치
계단에 세워둔 맨발
맨발이 숨긴 기다림
기다림이 튕겨낸 검고 하얀 빗방울
하얀 비는 노래
검은 비는 눈동자
슬픔을 모르는 빗방울을 모르는 명랑한 계단
튕겨낸 빗방울은 몇 개인지
달아나는 맨발은 누구인지
계단에 그림자로 누워
그림자 긴 발꿈치에 착 달라붙어
빗방울
빗방울
계간 『시와 반시』, 2016년 봄호 신춘 100인특집
시인의 말
아이는 우리가 잃어버린 기억이다. 빛과 어둠과 우주가 선물하는 꽃봉오리다. 활짝
피기까지 시간과 사랑이 필요하다. 그 수고로 우리 또한 꽃이 되어 세상을 살고 있다.
새해엔 어린이 학대란 말이 부디 사라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