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동기인 명희가 책을 냈다)
박명희 저서 "그라시아스-산티아고" 표사
내게 "산티아고 순례길"은 성스러움이다. 종교적 의미를 떠나 자신의 근원을
찾아가는 내면여행으로 읽힌다.
누구나 꿈꾸지만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이유가 낯선 언어와 낯선 지역에 대
한 두려움일 것이다. 티비 화면으로 접한 산티아고 순례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
다. 그러나 용기 부족으로 늘 계획으로만 보관했다.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 저자
와 이야기를 나눌 때까지도 산티아고는 여전히 추상적인 느낌이었다.
원고를 읽고서 비로소 용기를 얻었다. 적어도 이 책 한권이면 나도 뭐 충분히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낯선 지역의 두려움과 홀로라는 불안과 언어 치안
침묵 외로움 등, 염려하는 것들에 대한 해결책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매우 구체적이고 실용적으로 서술되었기에 가이드로서 충분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또한 소소한 팁도 매우 유용하리라 믿는다. 예를 들면, 어깨가 아프도록 배
낭을 메지 않아도 되는 방법, 발가락에 물집이 생기지 않게 신발 싣는 법, 내리막
길을 오래 걸을 때 관절과 발가락의 무리를 피할 수 있는 걷기의 방법 등. 이는 저
자가 이번 순례길 이전부터 여러 지역의 배낭여행에서 체득한 노하우일 것이다.
40여일을 혼자 걷는 건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이 책은 묵묵히 걷는 동안 만
나는 풍경과 우리의 삶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독자에게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기
도 한다. 저자가 느꼈을 지독한 고독과 외로움과 황홀이 마치 동행하듯이 전해져
순간 뭉클하고 때때로 장엄하다. 특히 문학전공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보편적 인
간의 삶의 모습에 따뜻하게 공감하리리라 믿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순례의 주인공처럼 뿌듯해할지도 모른다. 더러는 나처럼 넘
치는 용기에 당장 대장정의 일정을 짜야할지도.
- 이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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