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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기울어지는 것들 / 이미산

기울어지는 것들

                       이미산

 

 

 

햇빛은

어느 날 문득 기울어졌다

 

창문의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무너지고

희미한 등 뒤로 구름이 미끄러지고

 

한 발짝 비껴났을 뿐인데

갑자기 통보받은 이별처럼

세상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기분

 

여름을 따라가다 정수리가 훤한 초록빛

남몰래 오므라드는 가파른 호흡의 꽃잎들

슬픔의 각도는 완성될 수 있을까

 

스스로 돌아가는 기도바퀴처럼

옥상 환풍기 갈비뼈가 다 드러났다

소음이 일시에 멈추었다

헤어진 다음날처럼 결심이 필요한 때

 

내가 떠나거나

나를 떠나거나

기울어진 풍경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을 때  

 

                                         계간 <다시올문학> 2013년 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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