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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

홍예 / 위선환

 

 

 

 

 

     홍예

 

                     위선환

 

 

  한 사람이 떠났다 한 물줄기를 데리고 갔다 물줄기가 따라간 지 여러 날째인데 한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다 겨드랑이 아래거나 가랑이 아래거나 사람은 늘 아래가 쓸쓸하다 물줄기는 물길을 파며 아래로 흘러가고 한 사람은 거기 아래가 파인다

 

 

  걸어가는 사람이 돌아보는 쪽이 이쪽일 것이므로 저쪽으로 걸어가는 한 사람과 이쪽에 서 있는 한 사람이 쓸쓸할 것이므로

 

 

  한 사람은 그사이 멀리까지 걸어갔다 저무는 하늘에 물소리 흘러가고 물굽이가 허옇게 비쳐 보이는 것을 ……, 한 사람이 길게 한 이름을 부른다 쉰 목소리로 여러 번 부른다 메인 목소리로 몇 번 더 부른다 사람의 아래가 마저 파이고, 허물어지면서 묻히면서, 묻히는 목소리로 또 부른다

 

 

                               시집 <새떼를 베끼다>, 문학과지성사, 59쪽.

 

 

 

 

 

 

 

 

          * 홍예 -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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