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발표시

문신 / 이미산

     

 

       

   문신

                                            

                                            이미산


 

  내 아픈 살 속에 당신 이미지를 가둔다


  활짝 핀 꽃은 더 이상 시들지 않고

  권총은 명령을 기다리는 훈련된 개처럼 순종적이다


  나는 존중을 다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당신은 말없이 내 차가운 심장에 큐피트 정신을 쏟아 붓는다

  램프의 불꽃은 깜빡이며 당신의 기도를 읽어나가고

  속삭임에 이끌려 나는 밤이면 당신 최면 속으로 건너간다


  내 쓸쓸한 피와 살을 파먹으며

  당신이 쓸쓸하게 빛나는 생을 살찌우는 동안


  나는 계속 존중을 다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활짝 핀 우리의 쓸쓸함은 견딜만하다

  내 심장을 겨냥한 당신 권총은 흩어지는 쓸쓸함을 단숨에 집결시킨다

  내가 잠들어도 램프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자물쇠는 꽁꽁 묶인 내 쓸쓸함을 밤새 지켜낸다


  마침내 내 꿈속에 들어온 당신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 영화 “The Collector” 에 나오는 대사

 

 

                                                   <현대시 2007 12월호>

'발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문   (0) 2009.01.11
아홉 시 뉴스가 있는 풍경   (0) 2009.01.11
[스크랩] 다시 읽어보는 오늘의 좋은시[무희 no.7/이미산]  (0) 2008.11.19
향수, 샤넬 N° 5  (0) 2007.11.05
싸이홀릭  (0) 2007.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