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
이미산
내 아픈 살 속에 당신 이미지를 가둔다
활짝 핀 꽃은 더 이상 시들지 않고
권총은 명령을 기다리는 훈련된 개처럼 순종적이다
나는 존중을 다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당신은 말없이 내 차가운 심장에 큐피트 정신을 쏟아 붓는다
램프의 불꽃은 깜빡이며 당신의 기도를 읽어나가고
속삭임에 이끌려 나는 밤이면 당신 최면 속으로 건너간다
내 쓸쓸한 피와 살을 파먹으며
당신이 쓸쓸하게 빛나는 생을 살찌우는 동안
나는 계속 존중을 다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활짝 핀 우리의 쓸쓸함은 견딜만하다
내 심장을 겨냥한 당신 권총은 흩어지는 쓸쓸함을 단숨에 집결시킨다
내가 잠들어도 램프의 불꽃은 꺼지지 않고
자물쇠는 꽁꽁 묶인 내 쓸쓸함을 밤새 지켜낸다
마침내 내 꿈속에 들어온 당신이 속삭인다
당신이 없으면 쓸쓸할 거예요
* 영화 “The Collector” 에 나오는 대사
<현대시 2007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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