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격 비행단
윤성학
나는 원숭이
일본원숭이 무리의 수컷 우두머리다
지금은 온천 중이고
이 화산섬의 겨울은 차고 정숙하다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천근인 듯 눈을 감으니
한 세상이 지나갔다 잠시 눈을 떴다
눈이 내린다
눈을 감았다
온천물에 뛰어드는 눈송이를 보라 지난 세기 자살공격 비행단은 극명한 목표가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것을 목적으로 먼 길을 가 본 자는 알고 있다 이 눈송이들의 투신으로 무엇이 바뀌는가 한 세상 뛰어들어도 온천의 수위는 높아지지 않고 물은 식지않는다
눈을 떴다 세상에 눈이 쌓였다 누가 무의미를 무의미라 말하는가 의미는 어디까지 의미 있는지 누가 말하는가 잠시라도 아름답다면 그것은 의미인가 무의미인가 잠시라는 시간은 누가 규정했는가
나는 원숭이
수컷이라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아 속눈썹이 긴데
세상에는 눈이 내리고
눈송이 하나가 잠시 속눈썹에 앉아
나는 생을 깜빡거린다
아름다워서
무의미해서
-- "시인시각"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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