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이미산
묵음의 티비 앞에서
서로의 과거를 풀어헤쳤다 실패한 연애와
소화되지 않은 슬픔
후식으로 쩝쩝거리며
밤의 대문을 열어놓고
어둠이 반짝이도록 닦아주었다
잘생긴 사람이 착한 것 같아 예쁜 꽃처럼
잘사는 사람이 진실하지 않을까 늘 기분 좋은
향기처럼
두 개의 깃발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때
변함없을 외모와 부가될 능력이 미래의 등불처럼
깜빡거렸고
매듭 둘
매듭 셋
마모되는 청춘이
한 방의 행운을 찾아 헤맬 때
사각지대에서 길을 잃었다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급조된 꽃이
쓰다듬듯 할퀴는
그림자 몇 개로 다녀가고
쓸쓸할 소蕭 쓸쓸할 소脩 쓸쓸할 소萧 쓸쓸할 소䔥……
나란히 앉아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스스로 풀린 매듭이
이상한 그리움에 젖어있었다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제목
계간<예술가> 2023년 여름호 "이 시인을 묻는다" 특집 수록
'발표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리지옥/이미산 (0) | 2023.06.01 |
---|---|
계간 <예술가>특집" 이 시인을 묻는다"/기발표작 7편 (0) | 2023.04.20 |
카페 아마도/ 이미산 (0) | 2023.04.20 |
이를테면 장국영 /이미산 (0) | 2023.04.20 |
유령/이미산 (0) | 202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