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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이미산

  우리에게도 좋은 날이 오겠지*

 

        이미산 

 

 

  묵음의 티비 앞에서

  서로의 과거를 풀어헤쳤다 실패한 연애와

  소화되지 않은 슬픔

  후식으로 쩝쩝거리며

 

  밤의 대문을 열어놓고

  어둠이 반짝이도록 닦아주었다

  잘생긴 사람이 착한 것 같아 예쁜 꽃처럼

  잘사는 사람이 진실하지 않을까 늘 기분 좋은

  향기처럼

 

  두 개의 깃발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할 때

  변함없을 외모와 부가될 능력이 미래의 등불처럼

  깜빡거렸고

  매듭 둘

  매듭 셋

 

  마모되는 청춘이

  한 방의 행운을 찾아 헤맬 때

  사각지대에서 길을 잃었다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급조된 꽃이

  쓰다듬듯 할퀴는

  그림자 몇 개로 다녀가고

 

  쓸쓸할 소 쓸쓸할 소 쓸쓸할 소쓸쓸할 소……

 

  나란히 앉아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를 흥얼거렸다

  스스로 풀린 매듭이

  이상한 그리움에 젖어있었다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제목 
 
                      계간<예술가> 2023년 여름호 "이 시인을 묻는다" 특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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