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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유령/이미산

  유령

     이미산

 

 

 

  저 쏟아지는 햇빛은  

  우리의 어깨 적시던 그날의 빗줄기

 

  빛의 삼투압은

  눈동자가 눈동자에 전하는 이야기

 

  눈빛의 방향은

  나란한 두 어깨 사선으로 묶어주는 실금들

 

  어쩌다 동시에 투신하는 여정

  서로에게 음각되는 발자국 그리고

  무심히 흘러가는 구름

 

  훗날은 아직 몰라서

  준비한 인사도 전하지 못해서

  파편의 기억으로 우리의 완성에 골몰했으니

 

  심심한 놀이처럼

  한 줌의 공허로 밤새 뒤척이는

 

  그런 날이 있었다고

  우리가 묻힌 언덕이 거기 있어

  눈감고 기대는 버릇이 생겼다고 평생 과거를 전송하다

  깊게 파인 회화나무 껍질이 되었다고

 

  저기 술렁이는 햇빛은

  비의 기척

  비의 냄새

 

  여기요 부르면 홀연 물러나는

  빛

  빛

  빛

  

 

                        계간 <시와함께> 2023년 여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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