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눈
이미산
땡볕 쏟아진다
차곡차곡 숫눈
내 발자국들 삼킨
반짝이는 고요
거기 당신이 서 있다
품속에서 뽀드득
내가 걸어나올 듯
모르는 사이도 아는 사이도 아닌
우리는 한때 땡볕처럼 뜨거웠다
건네려다 거두어들인 몇 번의 악수
그리하여 빙하에 갇힌 무궁한 미래
그곳에 꽁꽁 언 채로
나는 남겨졌다
발자국들 깨어나
흩날리는 눈발이 되고
앙상한 등짝 위
젖은 발이 가만가만 새겨지는 그때
모든 풍경이 되살아난 얼굴로
아우성치는 그때
뽀드득 뽀드득 걸어나오는
땡볕의 유령들
격월간 <시사사> 2019 엔솔러지 <노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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