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미뢰는 누가 다 훔쳤을까*
이미산
그때 우리는 숟가락을 들고 마주보며 웃었다
빈 밥그릇을 달그락거리며 또 웃었다
우리는 티비를 보며 밥을 먹었다
티비보다 먼저 웃었고 숟가락이 따라 웃었다
아이가 처음 숟가락을 들었다
그때 우리는 하이파이브를 하며 아이와 함께 웃었다
아이가 더 큰 숟가락을 들고 제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방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다
숟가락을 쌓아놓고 맛있는 것을 기다렸다
배가 고프지 않았다
* 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빌림
<열린시학>, 2019년 여름호, <이달의 시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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