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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시

그러데이션 / 이미산


 

그러데이션

                     이미산  

 

 

개똥밭에 굴러도 좋다는

그녀의 이곳을 물려받았지

 

뒤돌아보면 놓쳐버린다는

그녀는 멀고 험한 그곳이 되었고

 

뒤통수가 되어 우리는 서있지

서서히 늘어나는 고무줄처럼

무쇠를 녹이는 붓질처럼

 

하늘을 밀고 가는 바다민달팽이의 눈물을 이해하지 않아도

청록빛 몸뚱어리는 슬프도록 아름답지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라면

 고통으로 빛나는 나의 이곳

 

새벽마다 창문에 개똥밭

익숙한 나팔꽃 익숙한 걸음걸이

어서 밥 먹자

 

이곳에서

그곳에서

부를 때마다 한 발씩 물러서며

 

서로를 지워서 완성하는

우리의 수묵화


                      계간 <미래시학>, 2018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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