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이미산
어떤 음악은 역류의 자세로 밀려온다
등이 자꾸 구부러진다
시청 앞 빌딩에서 정오의 인파 쏟아질 때
횟집 수족관엔 기억의 리듬에 실려
수수억년 오가는 새우떼
구부릴수록 힘차게 몰려오는 파도
얼마나 오래된 신나는 울음인지
광장에 웅크리고 앉아 시위중인 인파, 보상하라 보상하라
제 구호에 부딪쳐 미끄러지는 소리의 어깨들
단조의 박동으로 흩어지는 소리의 심장들
불현듯 내게 도착한 음표는
고요를 빨아들이는 지느러미 외로운 기포 유유자적의 어둠
등을 최대한 구부려야 달려올 것 같은 막차
최대한 꼿꼿해야 뚜벅뚜벅 걸어올 것 같은 그림자
조용해 줄래
내버려 둘래
살갗에 파고드는 음표들의 부유
불 꺼진 무대 홀로 춤추는 발레리나 같은
구애의 날갯짓 멀어지는 비명 남겨졌으므로 서걱거리는 나뭇잎
웅크려서 편안해지는 슬픔
슬퍼서 부드러워지는 각도
계간 <다시올 문학>, 2016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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