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역
이미산
목 쉰 기적에
손톱이 까만 선탄부 어머니
서둘러 밥을 지었다
하룻밤 묵은 동차가 불끈
근육을 세울 때
막장을 벗어난 눈빛들 검은 풀잎처럼
오래오래 손 흔들었다 안녕
부디 성공하길
따라오는 그늘 한줌 문신으로 새겨지고
지상에 올라온 석탄 뜨겁게 타올라
노을빛으로 환생했나
잡풀 무성한 하루 백년처럼 고요한데
어머니 등처럼 굽은 철로가 붉은 기침을 하네
긴 잠에 빠진 대합실
누군가 이마를 짚어주듯 간간이 뒤척이네
희뿌연 유리창에 일렁이는 그림자
구름은 먼 곳의 안부되어 흐르고
2011년 시인들의 재능 기부 "詩앗나눔" 수록
* 가은역(加恩驛)은 경상북도 문경시 가은읍 왕릉리에 있는 가은선의 종착역이다. 개역 당시에는 은성탄광(恩城炭鑛)의 이름을 따서 은성역(恩城驛)이라고 이름을 지었으나, 1959년에 가은역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현재는 폐역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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